'탄스타플' 대왕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는데…
2011-08-24 12:09 (한국시간)
1940년대 말 부터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학교급식. <사진=cbs 뉴스 캡처>
프린스턴 대학의 데이비드 콜랜더 교수가 쓴 경제학 원론엔 ‘탄스타플’ 대왕 이야기가 나온다.

왕은 경제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학자들에게 책을 써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5~6년이 걸려 24권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책이 완성됐다. 왕은 기가 찼다. 다시 한 권으로 줄이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학자들은 2~3년을 끙끙대 한 권짜리로 만들어 바쳤다.

왕은 또 트집을 잡았다. 정무에 바쁘다는 핑계로 당장 내일까지 한 줄로 압축 보고하라는 불호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맘에 안들면 교수형에 처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뾰족한 수가 없어 학자들은 한숨만 푹푹 쉬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점심이라도 먹고 죽자며 음식 배달을 시켰다. 불행히도 학자들은 돈이 없었다. 그러자 배달부는 무슨 말인가 툴툴대며 음식을 도로 갖고 가버렸다.

끝내 학자들은 왕 앞에 무릎이 꿇렸다. 그 중 한 명이 음식 배달부가 한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폐하, 경제를 한 줄로 요약했습니다.” 그는 자신있게 말했다. “공짜 점심같은 건 없습니다(There Ain’t No Such Things As A Free Lunch).” 첫 글자를 조합해보니 ‘탄스타플(TANSTAAFL)’, 곧 왕의 이름과 똑같았다. 그제서야 깨달음을 얻은 왕은 처형 대신 후한 상을 내렸다.

‘탄스타플’은 물론 가공의 인물이다. 콜랜더 교수가 경제학을 재미있게 풀이하려 지어낸 것이다. 그는 19세기 말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유행한 공짜 점심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당시 술집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미끼로 던진 것이 바로 공짜 점심이다. 술 한 잔을 사서 마시면 점심을 공짜로 준다고 선전을 해댔다.

한 잔 값은 15센트, 지금 돈으로 약 3달러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 1달러(지금 가치 19달러)를 줘야 했으니 술집마다 손님들로 꽉꽉 찼다. 한 잔 들이키다 보면 또 한 잔을 마시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 술집들은 떼 돈을 벌었다.

나중엔 저녁까지 주는 술집도 생겨났다. 공짜에 맛들인 사람들은 아예 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뿐인가. 음주관련 범죄가 기승을 부려 정부는 경찰력을 증원하고 감방을 늘려야 돼 부득이 세금을 인상해야 했다.

공짜 점심은 전국적으로 번져 부작용이 매우 컸다. 이걸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도덕적 파탄을 초래해 결국 1920년대 ‘금주령’의 빌미가 된다.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헌법(18조)에조차 명시됐을 정도다. 공짜 좋아하다 하마터면 나라가 거덜날 뻔 했다.

미국의 학교급식은 1949년 트루먼 정권 때 시행됐다. 잉여 농산물로 가격이 폭락하던 때였다. 곡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학교 급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무상급식을 고려했으나 경제관료들이 결사 반대했다. 공짜 점심에 혼쭐이 난 탓이다. 빈곤층 학생들에게도 다문 몇 푼이라도 돈을 받았다. 공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교육계도 공짜는 거지근성을 키워주고 근로의욕을 위축시킨다며 무상급식에 부정적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공짜에 중독되면 커서도 무료급식소에 줄을 설 가능성이 높아 교육효과가 반감된다는 논리를 폈다.

서울시의 학교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연일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시장이 공개석상에서 훌쩍거리는가 하면 좌ㆍ우파의 이념논쟁으로까지 번졌다.

‘탄스타플’ 대왕이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에 왜 흐뭇해했는지 양 쪽 다 한 번쯤 곱씹어 보면 좋겠다.


박현일 기자, uko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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